시편 37편 23절 묵상 - 인도하시는 걸음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시편 37편은 다윗이 인생의 황혼에 이르러 후배 성도들에게 남긴 지혜의 시입니다. 악인이 형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 성도들에게, 다윗은 불평하거나 시기하지 말고 여호와를 신뢰하라고 권면합니다. 그 권면의 절정에 이르는 자리에 오늘 본문 23절이 놓여 있습니다.

원문을 살펴보면 '걸음'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미츠아드(מִצְעָד)로, 사람이 내딛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발걸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정하시고'로 번역된 코네누(כּוֹנְנוּ)는 '단단히 세우다, 확고히 하다'는 뜻을 지닌 동사 쿤(כּוּן)에서 나왔습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성도의 걸음을 막연히 지켜보시는 분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를 친히 세우시고 붙드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더욱 은혜로운 것은 '기뻐하시나니'라는 표현입니다. 이는 히브리어 하페츠(חָפֵץ)로, 단순한 허용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과 애정을 담고 있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성도의 걸음을 의무적으로 관리하시는 분이 아니라, 자녀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기뻐하며 바라보시는 아버지와 같으신 분이십니다.

우리의 삶에는 방향을 알 수 없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결정해야 할 일 앞에서, 자녀의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부모의 마음속에서, 혹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섬김의 자리를 선택해야 할 때, 우리는 종종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그 걸음이 결코 우연이나 혼자만의 무게가 아님을 알려 줍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그 길을 세우시고, 그 발걸음을 기뻐하고 계십니다.

웨슬리의 신학적 통찰을 따라 생각해 보면, 이는 선행적 은총의 원리와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기도 전에 이미 앞서 은혜를 베푸시고, 우리의 걸음을 준비하십니다. 성도의 삶은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해 가는 여정이 아니라, 은총의 수단을 통해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성화의 여정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매 걸음을 세우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입니다. 넘어지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시편 24절이 말하듯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라는 약속이 함께합니다. 오늘도 우리의 걸음을 기뻐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안심하고 한 걸음을 내딛으시기 바랍니다.

말씀 묵상에 대한 질문:

1. 지금 내가 내딛고 있는 걸음 중, 하나님께서 세우시고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2. '하페츠'(기뻐하심)라는 단어가 나의 신앙생활에 어떤 위로와 자유를 줍니까?

3. 오늘 나의 삶 속에서 선행적 은총을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입니까?

기도합시다:

우리의 걸음을 세우시고 기뻐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저희의 발걸음을 주님께 온전히 맡기게 하시고 두려움 대신 신뢰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p.s: 진주충만교회 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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