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23편 1-2절 John의 칼럼 - 목자와 나의 삶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 낯설게 들리는 시대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가 모자라다는 느낌 속에서 산다. 통장 잔고가 부족하고, 시간이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고, 인정이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달린다. 그런데 3천 년 전, 한 목동이 이 짧은 문장으로 모든 불안을 잠재웠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이 시의 저자 다윗은 실제로 양을 치던 사람이었다. 그는 목자가 어떤 존재인지 몸으로 알고 있었다. 히브리어로 목자를 뜻하는 '로에(רֹעֶה, 로에)'는 단순히 양 떼를 지키는 감시자가 아니라, 먹이고 이끌고 회복시키는 자를 가리킨다. 그 목자가 나의 주님이시라는 고백은, 그분이 내 삶의 모든 필요를 아시고 채우신다는 확신의 선언이다.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그분이 함께하시기에 이미 충분하다는 깊은 만족이다.
2절은 그 목자의 손길이 얼마나 섬세한지를 보여준다.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여기서 '쉴 만한 물'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원문 '메 메누호트(מֵי מְנֻחוֹת, 메이 메누호트)'는 직역하면 '안식의 물', '고요한 물'이다. 양은 흐르는 물을 무서워한다. 목자는 그 사실을 알기에 거센 물가가 아니라 잔잔한 물 가로 이끈다. 하나님은 우리를 몰아붙이지 않으신다. 그분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우리 보폭에 맞춰 걸으신다.
18세기 영국의 신학자 존 웨슬리(John Wesley)는 이 구절을 주석하면서, 목자가 양을 눕힌다는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충분히 먹어 만족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안정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배고픈 양은 눕지 못한다. 영혼의 깊은 안식은 하나님께서 충분히 먹이셨다는 신뢰에서 비롯된다. 불안한 마음으로 뛰어다니는 우리에게, 이 말씀은 이렇게 말한다. "잠깐, 멈춰라. 너는 이미 충분히 돌봄을 받고 있다."
이 고백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우리가 지금 어떤 목자를 따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성과와 능력, 인정과 성공을 목자로 삼고 그 뒤를 부지런히 따른다. 그 목자들은 우리를 쉬게 하지 않는다. 푸른 풀밭이 아니라 끝없는 경쟁의 광야로 몰아갈 뿐이다. 그러나 여호와는 우리를 눕히신다. 목자가 양을 눕힌다는 것은 그 양이 위험에서 보호받고, 먹을 것이 있고, 두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 삶의 무게로 지쳐 있다면 이 시편의 첫 두 구절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내게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이끄시는 분이 어떤 분인지를 알기 때문에 생겨나는 평화다. 좋은 목자의 손에 이끌리는 삶,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가장 풍요로운 삶이다.
칼럼에 대한 질문:
1. 지금 나의 삶을 지배하는 '목자'는 무엇인가? 그것이 나를 쉬게 하는가, 아니면 지치게 하는가?
2. "부족함이 없다"는 고백을 진심으로 드리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그 자리에 무엇이 있는가?
3. '쉴 만한 물 가'처럼, 하나님이 나의 보폭에 맞춰 이끄셨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는가?
p.s. 진주충만교회 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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