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하 14장 11절 칼럼 - 약자의 편이신 하나님
"여호와여 힘이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는 주밖에 도와 줄 이가 없사오니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가 주를 의지하오며 주의 이름을 의탁하옵고 이 많은 무리를 치러 왔나이다 여호와여 주는 우리 하나님이시오니 원하건대 사람이 주를 이기지 못하게 하옵소서"
살다 보면 누구나 압도당하는 순간을 만난다. 감당하기 어려운 병,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갈등, 홀로 맞서기엔 너무 거대한 현실. 아무리 용을 써도 힘의 균형은 무너져 있고, 우리는 그 불균형 앞에 그만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런 우리에게 역대하 14장의 아사 왕 이야기는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를 건넨다.
아사 왕이 맞닥뜨린 현실은 냉혹했다. 구스의 세라 장군이 이끄는 군사는 무려 백만 명, 병거만 삼백 대였다. 아사의 군대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 숫자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아사는 그 절망의 한가운데서 놀라운 선택을 한다. 무기를 세는 대신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여호와여, 힘이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는 주밖에 도와 줄 이가 없사오니."
이 기도 속에 담긴 히브리어 핵심 동사가 있다. "우리가 주를 의지하오며"에 쓰인 שָׁעַן(샤안, shāʿan)이다. BDB 히브리어 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는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전체 몸무게를 한 지점에 싣는 '기댐'을 뜻한다. 맥클라렌(Alexander MacLaren)은 이 단어를 해석하며, 사울이 임종 직전 자신의 창에 온몸을 기댄 장면을 떠올렸다. 그 창이 없이는 서 있을 수조차 없었던 것처럼, 아사의 신앙은 하나님께 전존재를 기대는 절박하고도 전인적인 신뢰였다. 이것은 구경꾼의 믿음이 아니라, 생사를 거는 믿음이다.
웨슬리(John Wesley)는 역대하 본문과 연결되는 신학 원리를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의 도우심에는 '많은 수'나 '적은 수'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웨슬리 신학의 핵심인 선행적 은총(先行的 恩寵, Prevenient Grace)은, 우리가 스스로 강해지기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 곁에 오셔서 힘이 되신다는 진리다. 아사의 기도는 바로 그 은혜를 붙잡는 행위였다. 내가 강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힘이 되시기 때문에 나아가는 것이다.
오늘 우리도 아사와 다르지 않은 싸움터에 서 있다. 경쟁 사회의 구조 속에서 우리는 늘 열세를 느끼고, 내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 본문은 선포한다. 하나님은 강자의 편이 아니라, 약자를 위해 싸우시는 분이라고. 아사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하나님은 친히 구스 군대를 치셨다. 기도는 상황을 바꾸었고, 믿음은 전쟁의 결과를 바꾸었다.
성도의 삶에서 진정한 역전은 실력이 아니라 의지(依支)에서 시작된다. 나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의탁할 때, 하나님은 우리 편이 되신다. 아사가 경험한 승리는 2,8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이 순간, 당신이 무릎을 꿇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다.
칼럼에 대한 질문:
1. 당신이 지금 맞서고 있는 '백만 대군'은 무엇인가요? 그 앞에서 하나님께 기댄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2.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 주밖에 도와 줄 이가 없다"는 고백이 당신의 삶에서 진짜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3. 아사는 기도 후 즉시 승리를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기도했음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어떻게 신앙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p.s: 진주충만교회 김 목사

'John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가복음 1장 17절 칼럼 - 그물을 내려놓은 자들 (0) | 2026.05.10 |
|---|---|
| 시편 145편 20절 칼럼 - 사랑하는 자의 특권 (0) | 2026.04.26 |
| 욥기 8장 7절 칼럼 - 작은 시작의 기적 (1) | 2026.04.25 |
| 시편 130편 5절 칼럼 - 기다림이 힘이다 (0) | 2026.04.21 |
| 시편 71편 23절 칼럼 - 구속된 영혼의 노래 (1) | 2026.04.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