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브리서 9장 27절 칼럼 - 한 번 죽고, 심판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우리는 죽음 앞에서 모두 평등하다. 권력도, 재산도, 명예도 그 문턱 앞에서는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 냉엄한 사실을 단 한 문장으로 선언한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헬라어 원문은 이렇게 기록한다. "ἀπόκειται τοῖς ἀνθρώποις ἅπαξ ἀποθανεῖν(아포케이타이 토이스 안쓰로포이스 하팍스 아포다네인)." 여기서 '아포케이타이(ἀπόκειται)'는 '정해져 있다, 예비되어 있다'는 뜻이며, '하팍스(ἅπαξ)'는 '단 한 번, 오직 한 번'을 의미한다. 죽음은 반복되지 않는다. 예행연습도, 재도전도 없다. 삶은 오직 한 번 주어진 선물이며, 그 끝은 피할 수 없는 약속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히브리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죽음 뒤에 '심판(κρίσις, 크리시스)'이 있다고 선언한다. 이 단어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분별하고 가려내는 결정적 판단'을 의미한다. 요한 웨슬리(John Wesley)는 이 구절에 대해 그의 『신약성경 해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음의 순간에 모든 사람의 최후 상태가 결정된다(At the moment of death every man's final state is determined)." 웨슬리는 죽음 이후의 삶과 심판을 분리하지 않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열린 문이며, 그 문 너머에는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묻는 하나님의 시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죽음을 준비한다고 하면 흔히 생명보험, 유언장, 장례 방식 정도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구절은 훨씬 더 본질적인 준비를 요청한다. 이 땅의 모든 준비는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지만, 심판 앞에 서는 것은 오직 나 혼자다. 아무도 대신 서줄 수 없다. 그 순간 내 곁에는 내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가치를 붙들었는지,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에 관한 기억만이 남는다.
성도의 삶은 이 '한 번'의 무게를 아는 삶이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귀하고 두려운 선물인지를 깨달은 사람은 쉽게 낭비하지 않는다. 시간을 허비하거나, 이웃을 외면하거나, 양심을 팔거나,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안다. 반대로 말하면, 오늘 하루 작은 친절 하나, 진실한 말 한마디, 용서의 결단 하나가 영원의 무게를 지닌다는 사실도 안다.
이 구절은 단순히 죽음의 공포를 조장하는 말씀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방향을 바로잡는 나침반이다. 죽음 이후 심판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절망이 아니라 각성을 요청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 용기 있게 사랑한다고 말하라. 화해할 수 있는 관계를 더 미루지 말라. 믿음의 고백을 내일로 밀어 두지 말라. '한번'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감이 오히려 오늘을 살아 있게 만든다.
웨슬리는 평생 말을 타고 40만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며 4만 회 이상의 설교를 했다. 그는 죽음의 순간을 자주 묵상하며 그것을 삶의 나태함에 대한 경계로 삼았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이다(The best of all is, God is with us)." 죽음을 준비한 사람만이 이런 말을 남길 수 있다. 심판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심판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오늘 히브리서 9장 27절이 우리에게 건네는 진지한 초대다.
칼럼에 대한 질문:
1. 나는 지금 '한번뿐인 삶'을 어떤 가치와 목적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2. 죽음 이후 심판이 있다는 사실이 나의 일상적 선택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머릿속 지식으로만 남아 있는가?
3. 오늘 당장 화해하거나, 용기를 내어 행동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p.s: 진주충만교회 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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