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언 16장 9절 칼럼 - 걸음을 맡긴 사람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리를 펼치고, 목표를 적고, 일정표를 빼곡히 채운다. 그 마음은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그러나 한 해가 저물 무렵 돌아보면, 계획대로 된 일보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 일이 훨씬 많았음을 고백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히브리어 원문을 들여다보면 이 구절의 긴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음으로 계획한다"는 표현에서 '계획하다'는 히브리어 יְחַשֵּׁב(예하쉐브)는 장인이 작품을 세밀하게 구상하듯 깊이 따져 헤아린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인도하시는"으로 번역된 יָכִין(야킨)은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굳건히 세우고 확정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정교한 설계 위에 하나님의 확정이 놓인다는 뜻이다.
존 웨슬리는 이 구절에 주목하며 이렇게 풀었다. "예하쉐브 - 사람은 자신이 할 일을 제안하고, 야킨 - 하나님은 그 모든 설계와 행동을 다스리며 처분하신다." 웨슬리에게 이것은 인간의 무력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적 동역을 가리키는 말씀이었다. 계획하는 자유를 주신 하나님이, 동시에 걸음을 붙들어 선으로 이끄신다는 고백이다.
이 진리는 우리를 두 가지 극단에서 건져 낸다. 하나는 모든 것을 내 의지와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다는 교만이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태다. 잠언의 지혜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최선을 다해 계획하되, 결과를 주관하시는 분이 따로 계심을 인정하는 태도다.
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이 삶을 바꾸고, 뜻밖의 실패가 더 나은 길을 열어 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그 어긋남 속에 섭리가 있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온다. 내가 그린 지도보다 훨씬 깊고 넓은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걸음을 인도하시는 여호와'의 손길이다.
계획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늘도 열심히 구상하고, 최선을 다해 나아가라. 다만 그 걸음의 끝을 붙드시는 분이 계심을 기억하라. 손에 든 지도를 꽉 쥐되, 동행하시는 분을 신뢰하라.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길이다.
칼럼에 대한 질문:
1. 나는 삶의 계획을 세울 때 하나님의 인도를 어느 정도 신뢰하며 나아가고 있는가?
2. 예상치 못하게 바뀐 인생의 방향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한 경험이 있는가?
3. '계획하는 자유'와 '하나님께 맡기는 신뢰'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가?
p.s: 진주충만교회 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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